많은 사람들은 자신의 생각과 철학을 가지고 있다. 특히 장애를 가진 당사자로서 장애를 갖지 않은 비장애인들의 장애인에 관한 생각을 들을 때면 때로는 시각장애를 가지고 있는 당사자로서 그들이 가진 생각에 동의할 수 없고, 불쾌감마저 들 때도 있다.
예를 들어 한 시각장애인이 눈이 보이는 사람과 함께 한 집에서 생활한다고 가정해 보자. 눈이 보이는 사람은 시각장애인과 함께 살기 전 시각장애인에 대해 들어본 적도 없고, 도움을 준적도 없는 사람이라면 시각장애인을 시각장애인으로 대하지 않고 눈이 보이는 사람과 동일하게 생각하고 대하게 될 것이다. 물론 사회적 편견이 있을 수도 있겠으나 예를 드는 이 상황에서는 그 부분은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 어떤 날 눈이 보이는 친구와 눈이 보이지 않는 친구가 삼겹살을 사다가 고기를 구워먹을 때 눈이 보이는 친구가 눈이 안 보이는 친구에게 자신이 알아서 고기를 구어 먹으라고 했다면 시각장애를 갖고 있는 당사자로서는 많이 당황할 것이다. 비시각장애인의 생각은 다른 친구와 마찬가지로 동등하게 고기를 구워 먹으라고 했는데 무순 잘못이 있느냐고 반문 할 수 있을 것이다.
시각장애를 갖고 사회 속에서 다른 여러 사람들과 같이 산다는 것은 때로는 그들의 의견을 존중해 주고 같이 협력해야 할 때가 많다. 하지만 시각의 장애로 인해 그들의 요구와 그들의 생각과 같이 발맞추어 나갈 수 없을 때 그 속에서 겪는 장애인들의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위에서 예를 든 것이 조금은 억지스러운 일일 수도 있겠지만, 시각장애인 혼자서 고기를 구워먹을 수 없는 것, 시각장애인 혼자서 책을 읽을 수 없는 것, 쇼핑을 할 수 없는 것, 음식을 만들지 못하는 것, 옷을 자신의 취향에 맞게 입지 못하는 것 등은 일상생활에서 겪는 아주 작은 부분이지만 이 모든 것들이 다른 여러 사람들과 함께 생활하는 공간에서는 장애인 당사자에게는 치욕적인 일이 될 수 있으며 같이 사는 다른 사람들에게는 불편함을 줄 수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물론 장애인과 살면서 그 정도 배려는 못 받고 못 도와주겠느냐고 물어볼 수도 있겠지만 도움을 요청하는 당사자나 도움을 주어야 하는 사람이 가족이 아닌 경우는 서로 불편하게 느낄 수 있는 부분이다.
나는 정부에서 시행하고 있는 정보화 보조기기 보급 사업을 통해 많은 제품을 구입할 수 있었다. 처음으로 구입하게 된 것은 무지 점자 정보 단말기(한소네 I), 컴퓨터 화면을 읽어주는 화면 낭독 프로그램(Sense Reader), 언제 어디서나 책을 읽을 수 있는 DF-R을 2003년부터 기회가 되는대로 구입할 수 있었다. 한소네를 구입한 뒤 학교에서 수업을 들으면서 다른 일반 학생들의 도움 없이 강의 노트를 적을 수 있었고, 교수님이 학생들에게 준 과제를 화면 낭독 프로그램(Sense Reader)을 사용하여 다른 학생 도움 없이 인터넷에서 정보를 찾아 Report를 제출 할 수 있었다.
2004년에는 여러 시각장애인들과 함께 정보검색대회에 참여하여 정보검색대회 시각부분 2등, 삼성 Anycom 패스트벌에서 정보검색대회 부분 1등을 하기도 하였다. 이 모든 학습 활동 및 생활은 다행이도 장애인들을 위해 개발 된 특수 기기(Hard Ware)와 소퓨트웨어(Soft Ware)가 이미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아주 가끔씩은 이 모든 보조공학 기기와 소프트웨어들을 사용하면서 비장애인들에게 "너는 왜 컴퓨터만 하니?", "너는 어떻게 하여 그런 기기를 갖고 있니?", "왜 정부는 너에게 그런 혜택을 주니?", "우리들은 장애인들에 비해 불평등한 사회에서 살고 있는 것 같다. 장애로 고생스러운지는 알겠지만 노력하지 않고 무조건 얻기만 하고, 보상심리만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우리는 세금도 내고 국방의 의무도 다하는데 장애인들은 이런 의무를 하지 않고 받고만 있잖니? 네 생각은 어떠니?" 등의 질문을 받곤 한다. 난 이 질문들에 자신있게 대답할 준비는 되어있지 않다.
하지만 분명한 사실은 장애인들에게 이런 보조공학 기기들의 도움이 없다면 장애인의 생활은 누군가에 도움 속에 거기 의존되어 단순한 일상생활에서도 자율적으로 적응이 잘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나 역시 컴퓨터가 없으면 대학에 들어가 공부를 잘 마칠 수 없었고, 지금 유학을 올 수도 없었을 것이다. 한소네(무지점자정보단말기)가 없었다면 나의 주소록, 일정 관리, 메모, 계산기 등은 내 사전에는 없었고 다 머리로만 했어야할 것이다. 다음으로, DFR 독서기가 없었다면 교통수단을 이용하면서 버리는 시간동안 멍청하게 다른 사람들의 하는 소리만 듣고 나의 독서를 할 수 없었을 것이다.
이번 년도에 구입하게 된 DFR은 강의 녹음과 독서를 위한 목적으로 구입하게 되었다. 미국에서 사회복지를 공부하게 되면서 다량의 도서와 가끔씩 이해하지 못하는 영어를 위해 녹음기가 필요한 상황이었다.
다행이도 금년도 정보화 보조기기 사업을 실시하는 것에 신청하여 구입할 수 있었다. DFR의 우수한 녹음기능을 통해 강의 내용을 빼놓지 않고 이해할 수 있었고, DFR에 탑재 된 영어 음성 엔진(English Voice Engine)을 통해 영어권 책도 독서할 수 있었다.
또 Music Play 기능을 통해 이미 녹음 된 음성 파일과 녹음도서(Audio Book)를 손쉽게 이용 할 수 있어 하루 종일 낭비하는 시간 없이 모든 시간을 내 공부와 삶에 연계할 수 있었다. 또 자주 읽어 기억해야하는 일은 책갈피 기능을 통해 그 부분을 기억 할 수 있고, 일정관리(Scheduler)를 통해 해야 할 일까지 정해진 시간에 할 수 있으니 개인비서를 둔 느낌이다.
최근 들어서 여러 디지털기기(Digital Player)들이 늘어나면서 많은 사람들이 휴대용 기기들을 들고 다니면서 이동 중에도 이용하고 악세사리(accessory)화 하고 있다. 이 중 이동전화는 이런 기기들 중 빠질 수 없는 개인필수품이 되었는데 장애인 당사자로서 장애인들을 돕는 보조공학 기술이 일반 사람들이 사용하는 일반 기기들에게도 널리 사용되어져 일반인들은 장애인들을 이해하는 폭이 넓어지고, 장애인들은 일반인들과 같은 대열에서 나란히 걸어갈 수 있는 기회로의 장이 되어지길 희망한다.
그러므로 나와 다르다고 배척하는 사회가 아닌 장애인들과 함께 숨 쉬고 장애인들과 함께 걸으며 동일선상에서 더불어 살아가는 행복한 사회 그 중간에 우리나라 보조공학 기술이 있기를 희망한다.
Posted by 넓은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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