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컴퓨터를 알고 사용해 온지도 15년 정도 되었다. 저시력에서 전맹이 된지도 약 10년이 넘었으니 시각장애인으로서 살아온 순간순간마다 컴퓨터는 나의 눈이 되어 나와 동반자처럼 함께 해온 셈이다. 컴퓨터를 통해 숙제를 하고, 여가를 즐기고, 컴퓨터 상에서 사람들을 만나고 하는 일들이 10년 전이나 20년 전에는 상상할 수 없었던 일들 이었다. 그러나 그때는 상상하지도 생각하지도 못했던 일들을 지금 나는 하고 있다.
삼성 에니컴 교실을 처음 알게 된 계기로는 2000년 대학수학능력 시험을 마치고, 친구들과 여러 시각장애인들에게 컴퓨터를 고쳐주고, 사용법을 가르쳐주면서 온라인으로 컴퓨터 강의를 하는 곳을 알게 되었다. 이후 시각장애인을 위한 스크린 리더와 다른 윈도우용 운용프로그램의 설치, 삭제, 사용법 등을 온라인을 통해 배울 수 있었고, 다른 시각장애인들에게도 소개해 주었다.
저 시력에서 전 맹이 되어 컴퓨터를 배우게 된 곳은 1998년 1월 서울 하상시각장애인 복지관이었고, 이후 대전맹학교 컴퓨터 시간을 통해 배울 수 있었다. 주변에 일반인들은 당시에만 해도 윈도우 95, 98을 사용하였지만, 시각장애인들을 사용하지 못하는 모습이 컴퓨터를 처음 배우는 입장에서는 불평등한 것으로만 받아들여 졌었다. 하지만, 중학교, 고등학교에서 음성 소프트웨어와 함께 컴퓨터 사용법을 차근차근 배우면서 차츰차츰 시각장애인들의 컴퓨터 환경을 이해하고 적응하였다. 그 무렵 아버지께서 섬기고 계신 교회에는 여러 명 시각장애인들이 계셨고, 그 시각장애인들은 내가 컴퓨터를 사용하는 모습을 보면서 "컴퓨터로 무슨 일을 할 수 있니?"라는 질문을 하면서 많이 신기해 하셨다. 많은 시각장애인들이 아주 가끔은 일반인들에게서 많이 받는 질문 중 하나도 그것이었겠지만, 당시만하더라도 시각장애인들은 DOS를 사용해야만 했고, 2000년 무렵에는 Windows용 스크린 리더가 출시되어 극소수의 시각장애인들만이 Windows를 사용할 수 있었다.
이런 환경에서 중년층 이상의 시각장애인들은 젊은 시각장애인들에게 일반인들과 같은 질문을 해왔었지만, 삼성 에니컴과 같은 온라인 교육이 활성화 되면서 중년층 이상에서도 그런 질문은 사라지고 컴퓨터는 시각장애인에게 있어서 친구와 같은 존재가 되었다. 나 역시 삼성 에니컴을 통해 엑셀 사용법, 소리바다 사용법, MP3 편집법 등을 배웠다. 이렇게 삼성 에니컴을 배우고, 사용하면서 얻게 된 보람과 사람들과의 교류, 또한 나의 생활에서 어떻게 유용하게 활용되고 있는지를 간단히 적으려고 한다.
시각장애들에게나 일반인들에게 있어 컴퓨터는 이제 삶의 일부분이 되었고, 삶의 질 향상, 삶의 활력소가 되었다. 작은 일이지만, 책을 읽고, 공부하고, 교수님들과 이 메일을 컴퓨터를 통해 한다. 또, 유학생활을 하면서도 공간과 시간을 초월하여 컴퓨터로 한국의 뉴스를 볼 수 있고, 드라마를 보고, 친구들과 대화를 하며, 필요한 생활용품을 구입하며, 전문서적을 찾아 숙제를 한다. 컴퓨터 온라인 망을 통해 스카이프로 한국의 부모님들과 얼굴을 보면서 전화도 한다. 내가 무슨 옷을 입고 어떻게 살고 있는 지도 부분적으로 보여드린다. 또 내가 어디에 누구와 있는지 컴퓨터에 설치된 켐을 통해 부모님, 가족, 친구들에게 보여주고, 세계 여러 사람들과 대화한다.
한국에서 생활 할 때에도 많은 친구들은 나에게 "컴퓨터도 잘하고, 컴퓨터의 바다에 빠져있는 창해!"라고 말했었다. 다행이 대학교 2학년 때에는 후배와 함께 정보화 검색대회에서 후배는 1등을, 나는 2등을 하여 친구들에게 "창해는 시각장애인이지만 컴퓨터를 좋아하는 친구다"라는 것을 생각하게 하였고, 2005년 대학교 3학년 때는 삼성 에니컴에서 주최하였던 제 1회 삼성 에니컴 퍼스트벌에서 1등을 하기도 했다.
컴퓨터를 통한 정보 검색 및 정보습득은 나에게 있어서 컴퓨터를 사용하는 주된 목적이 된다. 검색 습관이 생활화 되어 검색을 통한 정보획득은 대학생활은 물론 일상생활, 사회생활을 풍요롭게 하며, 인터넷 쇼핑 등을 통해 나의 삶이 안정화되고 나의 사고를 확장하는데 큰 도움을 주었다. 더욱이, 2009년 센스리더가 업데이트 되어 영어, 일본어를 지원함에 따라 미국 안에서 센스리더를 가지고 영어 공부와영문 인터넷 검색, 미국 권 친구들과의 이 메일, 등 영어가 필요한 작업들을 하기가 훨씬 수월해 졌고, 시간을 내어 컴퓨터를 통한 독서도 즐기며 지식의 폭을 넓히고 있다.
2007년 미국으로 어학연수를 올 때에도 한국에서 사용하던 노트북과 소프트 웨어를 들고 왔었다. 성격상 혼자 있는 것을 외로워하지 않아 유학생활이 그리 힘들지는 않았지만, 나의 친구인 컴퓨터를 통해 세상과 소통하고 학문을 배우는 것이 나의 유학생활에 큰 도움이 되었다. 또 매달 삼성 에니컴에서 보내주는 컴퓨터 소식이 컴퓨터 프로그램을 배우는데 큰 도움이 되었고, 같이 유학하고 있는 사람들의 컴퓨터가 고장 났을 때, 삼성 에니컴 컴퓨터 교실을 통해 배운 지식으로 그들의 컴퓨터를 고쳐줄 수 있었다.
또, 미국에 와서 알게 된 서비스 중 하나는 Twitter와 Facebook이다. 한국에서는 이미Cyworld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었지만, 느린 인터넷 환경 때문에 Cyworld를 더 이상 이용하지 않고 Twitter과 Facebook을 이용하게 되었다. 지금은 이미 많은 한국 사람들도 Twitter와 Facebook를 이용하고 있어 Twitter와 Facebook 안에서도 한글을 많이 보고 있지만, 처음 Twitter와 Facebook를 접할 때는 외국인 친구들뿐이어서 어쩔 수 없이 영어로 이용할 수 밖에 없었다.
점점 SNS 서비스가 많아지고 사람들 사이에서 인터넷과 컴퓨터의 비중이 중요해지면서, 21세기는 모든 사람들이 개인 단말기를 가지고 언제 어디서나 인터넷을 이용하여 자신이 원하는 일과 의사소통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 된다. 최근 불고 있는 smart열풍이 일과 일상생활에 더 밀착되고 있고, 시각장애인들도 그 안에서 다른 사람들과 소통하려면 컴퓨터와 보조공학 기술을 이용하여 여러 다른 사람들과 소통 할 수 있지 않을까? 하지만, 많은 모바일 기기들이 소형화 되고, 간편해지면서 시각장애인들의 접근성이 떨어지기도 한다. 이러한 환경에서 시각장애인들이 소외되는 것이 어떻게 보면 당연한 형상으로 나타날 수 있다. 하지만, 모든 사람들이 평등하고 인터넷에 접속하는 세상이라면 시각장애인들도 보조공학 기술을 통해 그 일들을 영위할 수 있지는 않을까? 마치 DOS에서 Windows로 넘어오던 시절 GUI환경이 시각장애인들의 일자리를 없애고 컴퓨터 생활을 파괴할거라는 걱정이 Windows용 스크린 리더를 개발하게 한 원동력이 되었고, 인터넷을 가능하게 했다는 점을 상고해 본다. 이런 정보화 시대에 삼성 에니컴 교실과 같은 온라인 교육이 더욱더 발전하여 컴퓨터 교육뿐만 아니라 다양한 전자 제품의 소개 및 교육을 하고, 삼성 에니컴 교실을 통한 보조공학 기기 시연회 및 제작이 이루어질 수 있다면 지금의 컴퓨터처럼 모바일 기기도 시각장애인들의 필수품이 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오늘 난, 나의 친구이자 내 삶의 동반자인 컴퓨터와 함께 하루를 마감한다.
PS: 이 글은 삼성 애니컴 FESTIVAL 2010 정보화 체험수기에 출시되어 은상을 수상한 글입니다.
